달,밤 그리고 글.

고목나무 고목을 벌목한다. 정수를 떠놓고 소원을 빌던 고목 더운 여름 햇살을 가려주던 고목 아무개들이 타고 오르던 고목 푸르던 산천 아스팔트와 마천루가 뒤덮고 땅거미 내리던 창공은 이제 올려다보는 이 없이 쓸쓸하다. 저기 오랜 세월 지내온 고목, 푸르던 날들 뒤로 한 채 이제는 흉물되어 쓸쓸하다. 잘려나간 조각에 맺힌 진액은 고목의 슬픔일까 벌목된 고목의 ...

시인의 연필은 또 부러졌다.가루가 되어 쉬이 날리어 흩날리는 것이위대한 글자에게 모욕적이었다. 부러진 연필이 두 다스두 다스의 가루들이 언덕을 만들어시인을 업신여겼다.역시나 위대한 글자에게 모욕적이었다. 시인은 만년필을 잡았다.번진 잉크가 글자를 가렸다.위대한 글자에게 모욕적이었다. 만년필에는 24자루의 연필과 번진 잉크가가득 채워졌다. 그것은 시인에게 꽤...

-플라타너스- 오늘도 플라타너스 가로수 노오란 잎이 길가에 내린다, 마치 가을이 하나로 이어진 듯이 오늘도 나는 얇디 얇은 한 가닥 붉은 실이되어 한줄기 기ㅡ인 가을을 지나 멀ㅡ리 돌아온다 밤이면 나는 달맞이 꽃을 뿌리며 하ㅡ얀 도화지의 슬픔을 더듬는다 하루는 접동새가 되어 차디찬 양철, 시퍼런 슬레이트 지붕에 앉아 고요한 한 조각 이슬의 아침을 맞으며 이...

태양이 여름을 색칠한다. 여름의 알싸한 향기가 거리를 매웠다. 그리고 눅진하게 녹아내린다. 바닥에 버려진 빙과가 발에 들러붙었던 까닭에 내 신발도 녹는 기분이었다. 나는 여름 하는ㄹ을 보기가 두려웠다. 여름 하늘을 보면 나는 내가 6월의 흙바닥에 나뒹구는 빙과같다는 생각을 하곤한다.

지평선 너머의 해는 지평선에 녹아내리는 해는 바다 위에 붉게 녹아든다 창 밖의 해는 십자 창살을 감싸고 드는 해는 고요한 집의 좁은 창문에 스며들어 백련초 더 붉게 물들이고 그림자 더 길게한다 하늘의 해는 동해에서 대서양까지 마차를 타는 해는 혹 기어오는 밤의 바다가 집어삼킬까 두려워 저 푸른의 산의 등줄기를 빨ㅡ갛게 물들이며 저 멀ㅡ리 달려가며 말에 박차...

푸른 하늘에 놓인빛나는 금 빛 자수 불어오는 산들바람은홀로 걷는 행인을 사무친다 길가에 핀 붉은 철쭉 한 무더기 허공으로 가득 찬 공터의 품 해와 꽃과 바람의 온기로 가득 채우노니

구름에 햇살 가리고 봄바람 벚꽃의 향기 거품일며 소란히 쏟아지는 한 가닥 공기를 비집고 내지르는 비취색 청량한 폭포 소리 폭포 아래 비춰지는 행인 하나땅에 매달린 채 있는지라 얼굴도 뒤집혀 보이는가 아래로 호를 그리며 휘어진 입술 일렁이는 물살엔 곪은 상처가 비친다

짙은 어둠의 하늘 고요한 바다에 홀로 뜬 배 한 척 넘실 넘실 흔들리는 동해 바다 위에 살포시 내려 앉아 가만히, 넘실거리네 정처없이 떠도는 밤의 유령선아 닻을 내리는 안식처는 어디인가 망망대해의 유령선아 네가 싣고있는 것은 무엇인가 다가오는 새벽 붉은 빛에 유령선은 그 슬프고 정처없는 돛을 내리고

얼기설기 서툴게 이어진 내 몸 그 속에 바람이 뚫고 지나가네 빈 깡통아 무엇이 너의 안에 들어있더냐 너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이더냐 비어있는 네 그릇에는 무엇이 들어있더냐 네 텅 빈 그 외롭고 외로운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고 그리도 굴러다니며 요란하게 깡깡 소리를 낸 것이더냐 빈 깡통아 남은 것은 무엇이더냐 네 텅 빈 눈이더냐 네 요란하지만 텅 빈 속내더냐 허...

이른 아침 동트는 어슴푸레한 하늘 밟은 잔디에는 구슬같은 맑은 이슬이 맻혀 있던가 곧장 뜨는 아침 해에 들려오는 푸른 햇빛 그 아침 코에 흘러 들어오는 공기를 나는 마시고

정원의 아름다운 장미와 보라색이 아름다운 달개비 붉은 열매 맻힌 화살나무와 높이 솟은 이름모를 나무 한 그루 그 아래, 키 작고 수수한, 그래서 관심받지 못하는, 이름 모를 야생화 한 송이 그대 비록 아름답지 않지만, 보아라, 이 정원의 푸른 바탕을 그대가 아니면 누가 장식하겠는가!

보이지 않으니까,함정 아니겠어? 달콤하고 매혹적이니까 함정 아니겠어? 일순간의 유혹에,단순한 매력에 끌린나머지 그쪽으로 다가가지 마. 너는 너 스스로도 모르는 채로 널 깊은 함정으로 끌고 가는거야. 담배,마약,매력적인 이성,비행. 달콤하고도 놓을 수 없는,그렇기에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야. 이것들은 널 놓아주지 않거든. 한번 경험한다면 그때의 쾌감과 한순간...